'맨 인 블랙' 시리즈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솔직히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봤던 영화예요. 오리지널 시리즈의 정통성을 어떻게 이어갈까 기대되기도 했고, 크리스 헴스워스와 테사 톰슨이라는 조합이 MCU 팬들에게 익숙해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음, 기대했던 만큼의 묵직한 임팩트는 조금 아쉬웠던 게 솔직한 감상이었어요.
새로운 얼굴, 새로운 배경, 그러나 익숙한 설정
이번 ‘인터내셔널’은 말 그대로 세계적인 스케일을 강조한 작품이에요. 배경도 미국을 벗어나 런던, 파리, 모로코 등으로 확대되었고, 요원들도 국제적으로 활동해요. 기존 시리즈에서 벗어나 새로운 MIB 지부를 보여주면서, 시리즈의 확장을 시도한 거죠.
등장인물들도 교체되었어요.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빈자리는 크리스 헴스워스(H 요원)와 테사 톰슨(M 요원)이 채웠는데, 둘의 케미는 괜찮았지만, 오리지널 듀오의 무게감이나 깊이는 조금 부족했어요. 특히 헴스워스는 평소와 다르게 너무 장난기 많은 모습으로 그려져서, ‘이게 진짜 MIB 요원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테사 톰슨의 성장 서사, 그나마의 중심축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테사 톰슨이 연기한 M 요원이에요. 어린 시절 외계인을 목격한 뒤, 기억을 지우지 못해 스스로 MIB를 추적하고 결국 요원이 된다는 설정은 꽤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그녀의 시점에서 본 MIB 세계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관문을 열어주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이 흥미로운 서사가 영화 중반 이후 전형적인 액션 블록버스터의 흐름에 휩쓸리면서, 감정의 밀도가 희미해져요. 캐릭터가 성숙해가는 과정이 조금 더 섬세하게 그려졌다면, 훨씬 몰입감 있는 전개가 가능했을 거예요.
화려한 액션과 비주얼, 그러나 심심한 이야기
볼거리는 확실히 많았어요. 외계인 디자인도 여전히 독창적이고, CG 기술도 세련됐고요. 총기 변신 장면이나 자동차에서 꺼내는 다양한 무기 연출은 마치 마블 히어로물 같은 느낌이었어요. 헴스워스의 존재감이 커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정작 이야기 자체는 다소 평범하고 예측 가능했어요. 외계인과의 협력, 조직 내 배신자, 지구를 위협하는 무기… 이런 요소들이 매력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그냥 클리셰처럼 흘러가더라고요. 시리즈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줄어든 것도 아쉬웠고요.
작은 캐릭터, '포니'의 존재감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줬던 건 **작은 외계인 '포니'**였어요. 말도 많고 상황을 과하게 해석하는 귀여운 캐릭터인데, 예상치 못하게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해요. 존재감은 작지만, 중반 이후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에서 좋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줘요.
그런 면에서 포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훨씬 밋밋했을지도 몰라요.
총평: 신선함보단 아쉬움이 남는 외전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MIB라는 거대한 브랜드를 계승하기 위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림자 속에 머무른 외전에 가까웠어요.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야심은 좋았지만, 그에 걸맞은 이야기의 밀도나 인물 간의 관계는 좀 더 다듬었어야 했어요.
기존 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MIB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라고 할 수 있어요. 무거운 생각 없이, 가볍게 외계인과 지구인의 협업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예요.